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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Exhibition

[아트살롱] 여기 있다

이수경 개인전

전시소개

전시기간   2019. 04. 17 (수) - 05. 12 (일)
관람시간   화 - 일요일 10:00AM – 8:00PM
장소   호반아트리움 아트살롱
관람료   무료

색채와 선이 만들어낸 추상의 표정

                           미술평론가, 박영택

 

이수경의 작품은 회화의 물질적 요소들을 자율적으로 구사하여,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순수한 미적 구성으로 회화를 만들어내는 모더니즘의 이상을 연상시키는 편이다. 상당히 깔끔하고 명징하게 칠해진 원색의 색채들로 마감된 표면은 그것 자체로 강한 장식성을 내뿜는다. 매끈하고 밝고 깨끗한 색채를 도포해 밀어내는 힘이 상당히 감각적인 피부를 만들어 내고 있고, 그것이 모종의 장식성을 펼쳐 보인다.

 

물론 이 표면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몇 개의 색층이 겹쳐 있고 일정한 두께를 지닌 색면, 선의 결이 공간감을 자아내는 편이며 미묘한 촉각성을 밀어 올리기도 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전경과 후경, 그려진 부분과 배경의 겹침과 교차가 평면을 다층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러니까 이수경은 캔버스의 표면이 지닌 평면성을 강하게 인식시키지만 한편으로는 이 안에 다층적인 공간감을 밀어 넣기도 한다. 표면에 그려진 색/선과 배경의 색채들이 뒤섞이면서 이루어지는 몇 겹의 공간감이 그렇고 색띠, 색선이 지닌 저부조의 요철 효과가 자연스레 만들어 내는 촉각성이 또한 그렇다. 이는 모더니즘 회화가 보여주는 평면성의 논리 안에서 이를 교묘히 흔드는 방식이기도 한다.

 

GCC vert bleu,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15

Olive,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13

 

주지하다시피 회화의 평면성에는 두 차원이 있다. 화면의 평면성과 표면의 평면성이 그것이다. 표면은 주어지는 재료의 물리적인 면을 말하며, 화면은 화가가 그린 표면 위에 그려서 구성한 면을 지칭한다. 그리고 회화의 평면성은 화면의 ‘구성적 평면성’과 표면의 ‘물리적 평면성’ 두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개의 평면이 화가가 다루는 평면이다. 이수경은 화면 전체에 분포된 균질하게 평면성을 강조하며 칠해진 색채와 그 위로 일정한 굵기를 지닌 유기적은 선의 단호하고 규칙적인 배열을 만들어 보인다. 이는 작품을 시각적으로 구성하고 활성화하며 시각에 호소하는 작용을 한다.

 

분명 회화와 자동 결부되던 지시 대상과의 유사성을 파괴하고, 회화의 순수한 요소(색채와 선)를 부각시켜 지시 대상 없이 조형 요소들 사이의 구조적 관계를 바탕으로 의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 열어 가고자 했던 추상회화의 전형성을 연상시키는 그림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추상의 논리를 방증하는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닌 듯 하다.

                                                                                                                                                                     

Diptyque S1, acrylic on canvas, 195x260cm, 2016

PARO, acrylic on canvas, 130x195cm, 2018

 

나로서는 이수경의 그림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바로 ‘선’이다. 통상 선은 드로잉의 제1요소로서 대상의 윤곽선을 묘사하며 대상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선의 전통적인 기능이었다. 그러나 이수경의 선은 특정 형상을 그려내는 드로잉의 목표를 좌절시키며 추상에 기여한다. 그리고 이 선은 일종의 빛으로 약동하는 시각적 환경 또한 창출하는데, 이는 예전에는 색이 맡았던 역할이다. 그 선은 순수하게 추상적인 선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신체와 감정의 지표적 기능을 한다. 몸의 활력이 감지되는, 진동성이 느껴지는 선이다. 또한 식물의 잎맥이자 줄기 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론 구체적인 대상의 재현과는 분명 무관한 회화이자 순수한 시각에 호소하는 추상회화이지만 이른바 식물성의 한 부위를 자극하고 상상하게 해 준다. 아마도 이 선은 자연에서 추출한 유기적인 선이자 식물의 구조에서 유래한 선일 것이다. 맑고 순수한 색채의 바다 위에 단호한 선들이 함축적인 표정을 지은 채 응고되어 있다. 그 선은 작가의 신체가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힘에 의해 밀고 나간 여정이자 모든 감각과 사연을 오로지 선 자체로만 제한시켜 모종의 덩어리로 응축시켜 놓은 편이다.

 

활달하고 감각적이며 미끌미끌 유연하게 지나가는 선은 상당히 ‘그래피’ 하면서도 격렬한 감성과 상념을 동반하며 도저히 재현될 수 없고 특정한 형상을 지닐 수 없는 것에 몸을 만들어 주면서 막막한 공간에 떠 있다. 실타래 같고 촘촘한 네트 같은 이 선은 마음과 정신의 어떤 상황, 사태를 절박하게 그러나 품위있게 기술하는 상징적 언어로서 다가온다. 나로서는 그런 예가 아주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일련의 드로잉에서 퍽이나 감각적으로 기술되고 있다고 본다. 다소 단순하고 협애한 틀에 갇힌 느낌도 들지만, 그 안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색채덩어리와 그 안과 바깥을 교란하고 겹쳐지는 예민한 선들로 구성된 이 회화/드로잉은 평면회화가 껴안고 있는 요소들을 동원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상의 여러 표정, 상황을 생성적으로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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